아침부터 마음이 무거웠다. 오늘은 엄마가 치매 진단을 받고 두 번째 약을 처방받는 날이었다. 일주일 전부터 몇 번이나 “이번 주에 병원 가는 날이야” 하고 말씀드렸지만, 오늘 아침 전화를 걸었을 때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으셨다.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집에 도착해보니, 역시나 엄마는 병원 약속을 완전히 잊고 계셨다. 부랴부랴 준비를 시켰지만 예약 시간은 이미 촉박했고, 설상가상으로 엄마의 스마트폰이 어디에 있는지 찾느라 한참을 허비했다. 결국 병원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해야만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다시는 화내지 말자” 다짐하면서도 순간순간 쌓여가는 짜증과 서운함은 도저히 감출 수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병원에 도착해 신경과와 내분비내과 진료를 마쳤다. 그리고 한 달 치 약을 받아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약통에 약을 하나하나 채워 넣으며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치매약은 지난달보다 강도가 조금 더 세졌다. 의사 말로는 처음부터 강한 약을 쓰지 않고, 서서히 늘려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아침, 저녁으로 챙겨야 하는 약은 치매약에 당뇨약까지 합쳐 더 많아졌다. 그 작은 약들이 엄마의 삶을 버티게 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무엇보다 힘든 순간은, 엄마가 익숙했던 것들을 잊어버리고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을 마주할 때다. 그 순간마다 마음을 단단히 다잡아보지만, 오늘처럼 병원 길이 험난한 날에는 그 다짐이 무참히 무너진다.
병원에 늦게 도착한 이유도 우리집에 와서 먹을 반찬거리를 챙기느라 그랬다. 다른 가족들 잘 먹지도 않는걸..게다가 나는 당뇨환자인 엄마를 위해 나름 당뇨 식단을 정성껏 준비한다. 그런대도 이것저것 찬거리를 챙기는 엄마의 모습 앞에서 서운함과 화가 뒤섞여 올라왔다. 지금 중요한건 병원시간에 늦지 않는건데..(나만 그런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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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다시 마음을 고쳐먹는다.
엄마가 나를 어린 시절부터 살뜰히 키워주셨던 것처럼, 이제는 내가 엄마를 살뜰히 지켜드리자고.
비록 다짐은 흔들리고 무너지기도 하지만, 다시 세워가는 것이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진짜 효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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