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초기 진단, 엄마 이야기 1부
가족 중 누군가가 치매 초기 진단을 받는 순간, 일상은 크게 달라집니다. 오늘은 저의 개인적인 경험, 특히 엄마가 치매 초기 진단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해두려 합니다. 저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들이 공감하거나, 앞으로의 준비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엄마 기억력의 작은 변화, 단순 건망증일까?
엄마의 기억력에 문제가 생겼다고 처음 느낀 건 3~4년 전이었습니다.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반복하시거나, 방금 이야기한 것을 금방 잊어버리곤 하셨죠. 그때는 단순히 나이 들면서 생기는 건망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혹시 치매일까?”라는 불안한 마음보다, ‘나도 가끔 깜빡하는데 엄마도 그러실 수 있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더 컸습니다.
일상 속에서 점점 두드러지는 이상 신호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냉장고에 반찬을 넣어두고도 금세 잊어버려 다시 요리를 하거나, 이미 전화 통화를 했는데도 하지 않은 줄 알고 또 전화를 거는 일이 늘어났습니다. 가끔은 길을 걷다 '목적지가 어디었더라며?' 한참을 생각하시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노인성 건망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전문적인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보건소 치매 검사 경험
2년 전, 엄마와 함께 보건소에 가서 치매 선별 검사를 받았습니다. 검사 시간은 약 1시간 30분 정도로, 꽤 길게 느껴졌습니다. 검사실 앞에서 기다리는 동안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혹시 정말 치매라면 어쩌지?’,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두려움과 불안이 교차했습니다.
검사 결과는 경도인지장애였습니다. 치매로 가기 전 단계라는 설명을 들었을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어요. 그래도 아직 치매는 아니라는 사실에 스스로 위로하며 ‘이제부터 준비를 시작하자’라는 다짐을 했습니다.
신경과 진료와 약 복용의 어려움
이후 신경과를 찾아 약을 처방받기 시작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꾸준히 복용하면 치매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하셨지만, 문제는 ‘꾸준함’이었습니다. 엄마는 약을 자주 잊어버리셨고, 저 역시 두 아이를 키우며 일하다 보니 챙겨드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꾸만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내가 조금만 더 신경 썼다면 엄마의 기억력이 더 나아질 수도 있었을까?’ 하는 생각 말이죠.
다시 찾은 병원, 초기 치매 진단
엄마의 깜빡거림과 의심, 억지가 점점 늘어나자 다시 병원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뇌 MRI 검사까지 함께 진행했고, 결과는 초기 치매였습니다. 예상했던 결과였지만 막상 “치매 초기입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마음속이 텅 비는 듯한 공허함이 밀려왔습니다. 놀라움보다 더 큰 건,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막막함이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역할과 첫 번째 다짐
엄마를 돌볼 사람은 사실상 저뿐이었습니다. 아빠가 엄마를 챙기실 가능성은 거의 없었고, 다른 가족들도 도움을 줄 여건이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내가 해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일은 무엇일까?” 내린 결론은 단순했습니다.
엄마가 약을 잊지 않고 드시게 하는 것. 이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돌봄의 시작이었습니다.
약을 챙기는 작은 방법들
저는 인터넷을 뒤져 약 전용 보관통을 구입했습니다. 요일별로 칸이 나뉘어 있고, 아침·저녁 약을 구분해 담을 수 있는 약통이었죠. 약봉지째 두는 것보다 훨씬 체계적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날짜를 적고 매일 아침저녁 약을 나눠 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엄마는 약 복용법을 매번 다시 물어보셨습니다. 몇 번을 설명해도 다음 날이면 또 헷갈려 하셨습니다. 효과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아무런 방법도 쓰지 않는 것보다는 나았습니다. 작은 시도였지만, 제가 엄마를 돌보는 첫 걸음이었으니까요.

마무리하며
이렇게 약통을 준비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습니다. 오늘은 치매 초기 진단 이후 두 번째 약 처방을 받으러 병원에 다녀온 날인데, 그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글, 2부에서 이어가겠습니다.
치매는 환자 개인의 병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옵니다. 저처럼 치매 초기 환자를 돌보는 분들이 있다면, 함께 조금이나마 마음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